2012년 12월에 쓴 칼럼인데 어디에 실렸는지 자료는 찾을수 없네요..ㅎ
그들의 감성을 본받되 따라하지 마라…
본인만의 감성을 살려라…
번화한 거리를 걷거나 운전중 라디오를 듣다가 새로운 곡이나 처음 접하는 장르의 음악을 들었을 때,“어디서 많이 들어 본 노래인데 이거 혹시 표절 아니야?”란 생각을 한 적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럴때마다 논쟁이 되는 것이 “표절을 했는지 아닌지는 작곡가 본인만이 안다.”인데, 사실 작곡을 하다 보면 의도치않게 머릿속에 떠올라 만든 멜로디가 기존의 곡과 흡사한 곡이 있을 때도 있고, 예전에 스쳐 들었던 곡이 본인의 감성으로 메이킹된 멜로디로 착각되 작곡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까지는 사람이 하는일이라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도적인 표절이 문제인데, 소속사의 압력이나 히트곡을 써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때때로 작곡가들은 의도적 표절을 하기도 한다.
필자도 몇년전 요즘 엄친아로 최고의 스타에 오른 한 연예인의 신곡을 들었을 때 “뭐야, 이거 완전 배꼈네..”란 강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지금은 워낙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던, 하지만 외국에서는 한참 주가를 올렸던 maroon5의 곡을 표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의도적인 표절을 감행하면서 예술가 본연의 감성을 속이며 좋은 곡 = 잘팔리는 곡 이라는 공식이 만연해진 것이다. 본연의 내재된 감성으로 음악을 쓰는 것이 아닌, 요즘 말로 귀에 착 감기는 곡을 써야 하는 음악계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의뢰 받은 곡을 만들 때 사실 괴로울 때가 더 많다. 이것은 창작의 고통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예를 들자면, 회사원들이 실적이나 승진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짜고 좋은 보고서를 올리느라 머리를 짜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적어도 내 스타일이 아닌 곡을 의뢰 받았을 때에는 말이다.
사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일이 아닌 예술적 가치로 승화해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은 음악을 즐기기에는 풍족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가 현재 듣고 있는 음악은 양악이다. 서양의 음악… 결국 우리의 것이 아닌 다른 땅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감성을 쫓을 수밖에 없고, 그들의 땅으로 유학을 갈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들의 음악에 깊이 열광하고, 그들을 뮤지션으로써 존경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감성을 닮으려 하고, 그들의 음악조차 닮고 싶어한다.
여기서 문제는 양악 즉 그들의 음악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감성을 동경하고 본받아야 하는건 맞지만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인으로써 한국인의 감성을 배제한다면 큰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필자도 밴드연습이나 공연시 미국 유명 가수의 곡을 연주할 때면 그들의 감성에 완벽히 젖어들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곡을 직접 메이킹하고 한글 가사를 붙혀 노래하고 연주하면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구나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최근 슈퍼스타K에서 딕펑스가 2위를 하며 버스커버스커의 뒤를 이어 밴드 음악의 계보(?)를 이었는데 창의적인 편곡과 독창적인 색깔이 대한민국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2위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나란 생각이 든다.
이렇듯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감성을 본받고, 또한 한국인 본연의 감성을 잘 살려 음악을 한다면 요즘 실용음악을 지향하는 학생들이나 젊은 뮤지션들의 미래가 혹은 대한민국의 문화적 미래가 좀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P.S 얼마전 노라존스(Norah Jones)의 내한공연을 보러갔다가 김종진씨(봄여름가을겨울)를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김종진씨는 노라존스의 음악이 너무도 고급스럽고 연주도 너무잘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씀하셨다. 남의 음악을 칭찬하는 모습과 어투에서 김종진씨라는 분이 좋은 인격과 지식을 가진분이란 생각이 들었고,
노라존스같은 세계적인 뮤지션이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2012년 12월 전지후